당시 신문 "사생결판" 외쳤다…빈대 잡다 진짜 집 태웠던 한국

김밥 0 2023.11.06 00:21

1968년 7월 2일 밤, 서울 동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빈대 때문이었다. 통금 위반으로 경찰서에 잡혀 온 30여명의 경범죄 피의자들이 빈대와 벼룩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자겠다”고 항의한 것이다. 경찰은 “빈대가 물어도 새벽까지만 참으면 될 텐데 뭘 그리 엄살이냐”라고 호통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경향신문 1968년 7월 3일)

기차에서도 종종 빈대 소동이 벌어졌다. 1970년 6월 17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을 떠나 천안역에 멈춰 섰던 특급열차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4호차 20여개 자리에서 빈대가 나타난 것이다. 빈대를 본 승객들이 일시에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혼란이 빚어졌다. 열차 승무원들이 의자 시트를 벗겨보니 좌석마다 빈대가 붙어있어 100마리를 잡아냈고, 승객들의 몸에서도 30여 마리가 나왔다.(경향신문 1970년 6월 17일)
 

빈대 잡으려다 진짜 초가삼간 태웠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빈대는 익숙한 존재였다. 주로 청결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창궐해 이·벼룩과 함께 가난과 궁핍의 상징이기도 했다. 빈대는 50도 이상 고온이나 저온에 취약한데, 일반 가정집에 난방이 흔하지 않던 가난한 시기 특히 6~10월은 어디든 빈대가 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조선 말기 학자인 황현은 ‘매천야록(梅泉野錄)’에서 “1895년인 고종 32년 9월에 한양에 빈대가 비 오듯 쏟아졌다”고 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그저 속담에 그치지 않았다. 1937년 8월 16일 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가정집에서 불이 났다. 방 안 빈대를 잡기 위해 휘발유를 뿌리고 모깃불을 피워둔 게 잘못 불이 붙은 것이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마을 근처 20여채가 연소되고 15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1937년 8월 18일 조선일보) 이처럼 1921~1941년 빈대를 잡으려다 실제로 집을 태운 화재 사건만 21건에 달했다는 보도가 남아 있다.
시민들은 말 그대로 빈대와의 전쟁을 치렀다. “빈대는 한두 번 씨름으론 못 물리친다. 무엇보다도 끈기 있게 빈대와 아주 사생결판할 것처럼 눌어붙어서 없애야 한다. 한 3년 작정하고 부지런하고 끈기 있게 잡으면 필경엔 없어지고 말 것이다.”(1938년 6월 26일 조선일보) 빈대를 피해 방에서 나와 집 밖이나 마당 구석에서 멍석을 깔고 자는 일도 허다했다.

1950~1960년대에는 동네에 빈대약을 메고 다니면서 남의 집에 뿌려주고 돈을 받는 행상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1963년 5월 24일 서울 성동구에서는 행상인이 뿌린 빈대약에 2살짜리 아이가 중독사하는 일도 있었다. 부모가 잠든 사이, 빈대약을 뿌린 방에서 놀다가 약이 묻은 흙을 먹은 것이었다. 허가받지 않은 빈대약 행상은 약사법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빈대약 살포는 각 보건소의 일이었다.
빈대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1970년대 맹독성 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잊혀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정부는 소독차, 공중 비행기를 통해 살충제를 수시로 뿌리는 등 대대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골목마다 매캐한 흰색 연기를 내뿜는 방역차가 그것이었다. 아파트 중심으로 거주 양식이 바뀌고 공중 위생의 수준이 개선되면서 토종 빈대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빈대의 귀환…방역은 개인 몫?

그러던 빈대가 2023년 돌아왔다.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 지난달 13일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주로 다중 밀집 시설들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 출현한 빈대는 모두 여행객과 함께 해외에서 유입됐다고 보고 있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이불을 깔고 다시 개고 바닥을 쓸고 닦았지만, 지금은 침실이 서구화되면서 침대를 옮기지 않아 빈대가 숨어서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충분한 장소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가 빽빽하게 차 있으면 어느 한 종이 대폭발하기 힘들다”며 “균형이 무너져 엉성한 먹이사슬의 틈새를 빈대가 비집고 들어와 승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빈대와 함께 살아가야 할 날들이다. 질병관리청은 “빈대는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아니라서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빈대 예방·대응 정보집’을 배포하는 등 개인에게 방역의 몫을 넘겼다.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라고 소문난 일부 제약사들의 살충제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학과 교수는 “빈대는 개인이 퇴치하기 힘들고 국민에 미치는 피해가 큰 만큼 관계 부처에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정부가 안내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대해 빈대는 이미 2만 배에 달하는 강한 저항성(내성)을 갖고 있다. 몇 년 안에 다른 약제에도 저항성을 발달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관 주도의 방역을 통해 빈대의 저항성 발달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사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등 당국은 빈대가 확산되자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탐지견까지 투입하며 ‘빈대와의 전쟁’에 나섰다. 언제 빈대에 물릴지 모를 불안과 노이로제 같은 정신적 피해를 국가적인 문제로 봤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경성부(현 서울시)도 “여름이 되면 빈대 때문에 잠 못 자는 서울 사람들에게 드리는 부청의 선물이 있다. 빈대를 쫓아내 부민에게 안면을 주고 국제도시의 누명을 벗고자 한다”며 위생과 방역사무소가 중심이 돼 집집이 돌아다니며 빈대 구제 소독을 실시했다.(조선일보 1939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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