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엎드려 자다가 눈 ‘실명’된 남성… 실제 가능한 일?

대만의 한 4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3시간 자고 일어난 뒤 자신도 모르게 한쪽 눈이 실명된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9일(현지시간)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익명의 44세 남성은 술을 마시고 불면증 약을 먹은 뒤 잠들었다. 그는 엎드린 채 3시간 동안 잤는데, 이후 3일 동안 시야가 흐려지고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그는 병원을 방문했다. 검진 결과, ‘안근마비’를 진단받았고 왼쪽 눈이 실명됐다. 이 남성의 사례는 지난 8일 유명 학술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보고되면서 알려졌다. 의료진은 “환자의 결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출혈이 발생했다”며 “눈 주위 조직이 부었고, ‘허혈성 시신경’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맥락막증도 진단받아서 왼쪽 동공에서 더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의료진은 그가 술을 마신 후 엎드려 자서 신경이 눌린 것으로 추정한다. 

허혈성 시신경(ischemic optic neuropathy)은 영양을 보내는 혈관의 순환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시신경의 경색이다.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시신경에서 혈류가 부족한 상태인 허혈이 생긴다. 허혈성 시신경은 한쪽 눈의 급격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환자에 따라 몇 분 안에 실명될 수 있으며, 며칠 후 실명되기도 한다.

허혈성 시신경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뇌혈관이 부어서 발생했다면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해서 치료할 수 있다. 다만, 대만 남성처럼 허혈성 시신경 때문에 혈액 공급이 안 돼 안근마비를 겪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 이미 실명된 시력을 회복하기 힘들다. 허혈성 시신경은 고혈압이나 저혈압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크다. 혈전이 있거나 평소 수면 부족인 사람도 허혈성 시신경을 겪을 수 있다. 대만 남성처럼 엎드려서 자는 것도 혈압을 높이고 눈에 압박을 줘서 허혈성 시신경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허혈성 시신경은 1만 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대표적인 노화 현상 중 하나로 알려졌다. 자세로 인한 허혈성 시신경의 발생 빈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 남성처럼 음주의 여파로 발생한 시력 저하는 ‘토요일 밤 망막증(Saturday night retinopathy)’ 때문일 수 있다. 이 현상은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거나 약물을 복용해서 일정 기간 무의식 상태일 때 눈에 압박을 주면서 나타난다. 망막의 혈관이 붓고, 출혈이나 박리 등이 생기면서 시력 저하나 실명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물의 선명도가 제각각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일 수 있다. 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환자에 따라 시력을 회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