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불감증 극복기

점프아리오르 0 04.13 00:12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병이 있다. 바로 불감증이다.
병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한다지만 불감증은 남편에게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혼 8년차 주부인 진영미씨가 자신의 불감증 극복 체험기를 털어놓았다.


“성관계를 할 때 별다른 느낌이 없었어요. ‘아, 내가 불감증이구나’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살았죠. 어떻게든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살아가는 데 특별히 불편한 점도 없고 남편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으니까요.”
올해로 결혼 8년차에 접어든 진영미씨(37·가명·고양시 일산구)는 앳된 얼굴의 소유자로 ‘몸짱’ 부럽지 않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미혼으로 착각한 남성들로부터 종종 데이트(?) 신청을 받기도 한다는 그의 취미는 책읽기. 6살 난 아들을 둔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책읽기를 좋아하는 주부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는다. 진씨와의 인터뷰 자리에는 그가 속해 있는 독서토론회 회원인 김수경씨(38·가명)와 이민정씨(37·가명)가 동석했다.
“다른 여성들은 클리토리스를 손으로 만지거나 오럴섹스 등을 통해 애무하면 좋은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전 그 반대였어요. 남편이 만지려고 하면 ‘거긴 싫어’하고 말할 정도였죠. 신혼 초부터 싫다고 하니까 남편은 더 이상 만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물론 가끔 그곳(클리토리스)에 손길이 닿으면 약간 짜릿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남편이 만지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진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결혼 10년차의 이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성관계를 갖는다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저도 처음에는 남편이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경험에 비춰보니 오르가슴은 클리토리스와 가슴 등 성감대를 충분히 애무한 다음에 이뤄져야 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남편이) 무턱대고 하자고 달려드는 경우는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아요. 클리토리스 등을 충분히 애무해줘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면 별다른 쾌감을 느낄 수 없지 않나 싶어요.”
오르가슴 장애와 성교통, 불감증 등의 성기능 장애로 고통을 받는 여성은 아주 흔하다. 여성의 불감증은 한번도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다거나 자주 경험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남편과의 성관계보다 자위행위에서 더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낄 때 불감증으로 분류한다.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요. 정상위 체위에서는 아무 쾌감을 맛볼 수 없었는데 여성상위 체위로 할 때 아주 짧은 순간 온 몸이 짜릿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때 ‘아, 이게 오르가슴이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런 느낌을 맛본 건 결혼생활 8년 동안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여성상위 체위가 클리토리스의 자극을 도왔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인 편견과 정보의 부족 및 부끄러움 등을 이유로 불감증 등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은 흔히 그 이유가 남성의 성능력 부족 때문으로 생각하지만 원인은 여성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관련 학회의 주장이다. 성감에 작용하는 신경세포의 이상, 질 근육의 탄력 저하, 음핵이 파묻혀 있는 경우가 오르가슴 장애나 불감증 등 여성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주요인이라는 것.
“비록 불감증이긴 했지만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어요. 물론 성관계를 할 때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않아도 남편을 위해서 거짓으로 좋다는 시늉은 했죠. 그래야 남편도 민망해하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 부부는 마음이 통하면 2~3일 연달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보름이고 한달이고 건너뛰곤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성관계를 하는 것보다는 스킨십이 더 좋았어요.”
대한산부인과학회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부의 50%는 성관계를 하면서 질 오르가슴이나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나머지 50%는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10%는 자위행위를 할 때만, 30%는 성관계를 할 때 별도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야만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나머지 10%는 어떤 방법을 써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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