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 강직도 지수

하도깝쳐체리 0 05.05 06:41

우리 모두는 결국 장애인이 된다. 나이가 들면 신체기관 여기저기가 고장나고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잘 관리해 오래 쓰는 게 정답이다. 병이 나면 소문을 내야 빨리 낫는다는데 말 못하는 곳이 있다. 비뇨기 계통이다. 특히 성생활과 직결되는 성기에 관해서는, 아무리 성 담론에 관한 논의가 과거에 비해 활발해졌다고 하더라도 터놓고 얘기하기 힘들다. 자신의 얘기는 더욱 그렇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비뇨기과학회 연례회의에서 이언 골드스타인 박사가 발기 강직도 지수(EHS)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이 제일 어려워

비뇨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환자들이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은데 막상 의료진과 마주 앉은 뒤에도 마음의 문을 열기가 더 힘든 모양이다. “요새 오줌발이 시원치 않아서…”라고 운을 떼는 남성 환자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성기능 문제, 특히 발기 능력에 관해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이형래 경희대 교수(비뇨기과)는 “젊은 사람들은 비교적 정확하게 얘기하는 편이지만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문제의 핵심에 닿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정도의 차이일 뿐 서구 사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월21일부터 나흘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비뇨기과학회 연례회의에서 만난 전문가들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성생활, 특히 남성의 발기 능력에 관해 파트너끼리, 환자와 의료진, 미디어와 대중 사이에 의사소통을 위해 명확한 개념을 가진 ‘언어’가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음경의 발기 상태에 관해 음식이나 과일에 빗대 얘기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0점 척도로 발기 상태를 측정하는 곳이 있다 보니 혼선이 빚어진다고 했다.

이는 최근의 발기부전 치료가 의사소통에 기반해 이뤄지는 경향과도 관련이 깊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발기부전은 ‘마음의 병’으로 치부됐다. 부부가 섹스 트러블로 병원을 찾으면 상담 치료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80년대 이후에는 발기부전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원인들이 밝혀지고 관련 의학이 괄목할 만큼 발전하면서 환자들은 각종 기계 앞에 노출됐다. 그러다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데에 문진표(설문조사)가 주효하게 쓰이고 정밀검사가 보조적 수단으로 쓰이게 됐다. 혈관·호르몬·해면체·신경 등 근본적인 원인을 안다고 해도 발기부전 치료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데다, 만족스러운 성생활이 중요함에도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하는 생각에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환자가 기침을 하면 단순한 감기일 수도 있고 폐 질환일 수도 있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하지만 성기능 장애는 개념이 다릅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당뇨가 심할 경우에 발기부전으로 이어지는데 당 수치가 좋아져도 발기부전은 지속되기도 합니다. 사고에 의한 특수 상황이 아닌 경우 간단한 검사 이후 발기 유발제 처방만으로도 치료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비뇨기과학회 연례회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비아그라 심포지엄’에서 만난 이형래 교수의 말이다.

치료를 새로운 목표, 최고 강직도

그러다 보니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중요해졌다. 현재는 IIEF(International Index of Erectile Function·발기기능지수)와 SEAR(Self-Esteem And Relationship·자긍심 및 관계 지수)가 널리 쓰이고 있다. IIEF는 지난 4주를 기준으로 성행위시 몇 번이나 발기가 가능했는지, 성교가 가능할 정도의 충분한 발기는 몇 번이었는지 등 발기 기능을 포함해 절정감, 성교 만족도 등 5가지 영역의 15가지 답변을 수치화해 발기부전의 정도를 평가하는 잣대로 쓰인다. SEAR는 발기부전 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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