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조급하고 저돌적

라이언고슬밥 0 06.09 11:28

우리 역사상 최고의 색녀(色女)로 꼽히는 옹녀는 열다섯 살에 첫 혼인을 한 후 해마다 신방을 치렀건만 줄줄이 첫날밤에 과부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접근한 거더머리(교합을 얼른 하는 남자)는 물론 입 한 번 맞춘 사람에서 손을 만져본 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달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에 따라 마을에서는 이러다가 여인국이 될까 두려워 옹녀를 쫓아냈다. 변강쇠전의 도입부에 해당되는 스토리인데,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옹녀와 변강쇠라는 주인공의 이름에 담긴 남성과 여성의 원초적 성능력(?)이다.

변강쇠의 변(卞)은 조급할 변 혹은 맨손으로 칠 변이며, 옹녀의 옹(雍)은 메울 옹 또는 온화할 옹의 뜻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변'에는 남성의 조급함과 저돌성이 담겨 있으며, '옹'에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함께 여성 특유의 냉정함이 담겨 있다. 결국 변강쇠전은 서민들의 애환을 풍자하는 가운데, 성욕에 관한 한 남성의 열세를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원초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성에 있어서 약할 수밖에 없는데, 그 주요 원인은 발기부전, 조루, 왜소 콤플렉스로 일컬어지는 남성의 3대 고민이다. 하지만 눈부신 현대의학은 이러한 고민을 간단한 시술로 극복해주고 있으니 현대판 변강쇠전은 아마도 새롭게 쓰일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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