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과 정력

운도형밴드 0 08.23 20:27

아기를 안고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 온 젊은 부인은 의사인 나를 보자 마자 “남편 정관수술을 해주세요. 피임하기 너무 힘들고, 임신공포증 때문에 괴로워 죽겠어요”라고 한다.

“남편은 몇 년 전부터 정관수술을 한다고 말만 하며 요리조리 피해만 다니고 있어요. 오늘은 꼭 수술하기 위해 끌고 왔어요” 
이러한 상황은 진료실에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더욱이 극단적인 것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아야 안심을 하는 부인들도 많다. 진료실의 코너에 몰린 남편들에게 ‘왜 이렇게 부인 속을 썩이냐“고 물어보며 수술이 아플까봐 겁나는 것 보다는 혹시, 수술 후 정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정관수술은 사실 남자들에게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수술 통증도 겁나고, 정관수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정력이 떨어진다. 정액이 줄어든다. 사정감이 나뻐진다. 허리가 아프다. 힘을 함부로 쓰지 못한다)들이 주위에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의 경제 위기 속에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산부인과에서 자유로운 낙태가 금지가 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더욱더 아내의 등살에 떠밀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정관수술의 원리는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부고환을 거쳐 정관을 통하여 정낭에 잠시 모여 있다가 전립선액과 함께 사정관을 통하여 요도로 방출되는데 정자가 이동되는 정관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마취는 국소마취를 하며, 음낭의 피부 절개도 매우 조금하기 때문에 수술 후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수술 시간은 평균 10~20분 내외 소요되기 때문에 비뇨기과의 수술 중 매우 간단한 수술이다.
즉 정관수술은 정자의 통로인 정관을 수술하는 것이며 남성의 근원인 남성호르몬 생성기관인 고환을 수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성호르몬 의 분비 및 생성에 영향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정관수술후에 정력감퇴, 정액량이 감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발기력, 극치감에도 변화가 없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정관수술을 받은 남성과 그 파트너는 피임에 대한 걱정이 없이 때문에 성교를 더욱더 편하게 할 수 있어 정력 및 성교의 느낌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면 왜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떨어진다고 소문이 도는 것일까? 
그 이유를 유추하여 보면 첫 번째로 수술을 하기 싫어서 부인에서 수술의 합병증을 과대 포장하기 위한 것일 수 있으며 두 번째로는 프로이드의 이론에 따르면 남자들은 거세의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정관수술이 마치 고환을 제거하여 환관으로 만들어지는 남성의 “거세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되기 때문으로 생각 된다. 

이러한 프로이드의 이론은 3~6세의 남근기 시기는 정신 에너지를 성기에 집중시켜 성기를 가지고 놀며 쾌락을 느낀다. 이때 심리적 변화가 크게 일어난다. 남아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를 경험하게 되고 여아는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를 격게 된다. 남아는 거세불안(castration anxiety)을 유발시킬 수 있고, 여아는 남근을 선망(penis envy)하게 된다. 세 번째로는 수술을 받는 남성의 심리적 요인으로 생각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영구 남성피임 방법인 정관수술은 성폭력범의 재발을 막기 위한 물리적인 거세방법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정관수술을 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간편하게 비뇨기과 전문병원에서 시술을 받기를 권한다. 수술 후 정력 감퇴, 발기 부전, 극치감의 변화, 사정량의 감소 등의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임신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더욱 더 부부간의 관계가 좋아지므로 정관수술의 합병증에 대하여 너무 공포스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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