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과 정력

은교 0 08.24 11:44

일부에선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보신탕은 더운 여름 체력과 정력 보강을 원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음식이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고기는 사람 몸 성분과 비슷해 흡수도 잘되고 기름기가 없어 살이 찌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일각에서는 정력 식품이어서 먹고 효과를 본 사람이 많다고도 한다.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고단백질은 더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해 스태미나를 강화시켜주고, 같이 먹는 마늘은 원기를 돋운다. 부추, 생강, 들깨 또한 정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되듯, 보신탕을 즐기다가 성기능 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다. 몸무게가 족히 100㎏은 돼 보이는 여성이 내원한 적이 있다.  

“남편 몸에 좋다는 것, 이것저것 다 해 먹이거든요. 남편도 좋아하고요.”

“그런데요?” 

“그런데 남편이 발기가 잘 안 돼서…” 

말끝을 흐리는 것으로 보아 남편에게 발기 장애가 있는 것 같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인이 정력에 좋다는 음식은 죄다 먹인 모양이다. “혹시 남편이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나요? 그리고 몸무게는요?”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오래전부터 고혈압이 있었고 몸무게도 부인과 비슷하다고 했다. 초고도 비만에 고혈압까지 있는 혈관은 오래된 상수도관과 같다. 온갖 찌꺼기로 막혀있고 낡고 부식돼 있다.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물질이지만, 너무 많아 혈관 벽에 쌓이기 시작하면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된다. 심장 근육으로 가는 굵은 혈관은 기름기가 혈관 벽에 붙어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기 전까지는 별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미세혈관으로 이뤄진 음경은 이러한 증세가 가장 민감하게 나타난다. 발기 장애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모르는 부인은 정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보신탕을 열심히 먹였다. 남편 또한 먹성도 좋고, 발기에 자신이 없는 터라 정력에 좋다면 가리지 않고 먹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나마 가물거리던 불씨에 물을 붓는 격이다. 

가난하고 못 먹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영양부족 상태였다. 당시 손쉽게 먹을 수 있던 것이 개고기였고 육질이 연하고 맛도 있었다. 어쩌다 먹는 육류이니 힘도 나고 정력도 좋아졌을 게다.

그러나 지금은 영양이 부족한 사람보다 과해서 성인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필요 이상으로 섭취된 단백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소변으로 배설된다. 이 과정에서 간과 콩팥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따라서 간과 콩팥 기능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약이 아닌 독이 되는 것이다. 보신탕이 정력 보강제라고 하지만 다른 육류와 비교해보면 영양 성분이 비슷하고, 딱히 정력에 좋은 성분도 찾기 힘들다. 스태미나에 좋다는 심리적인 효과 외에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땀 흘리고 맛있게 먹는 밥 한 공기! 이것이 어쩌면 우리 몸에 더 나은 보약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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