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에 대해 잘못 알고있는 것들

안숙면 0 08.24 12:08

우리는 대개 정자는 헤엄쳐 난자를 향해 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근거는 다양합니다. 우선 꼬리가 전체길이의 90%를 차지할 만큼 깁니다. 정액을 현미경 영상으로 보면 정자는 그 꼬리를 힘차게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실제로 사정 후 정자가 난자와 만나기까지의 거리인 18cm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총 3만 번 정도 꼬리를 흔들어댑니다. 그러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헤엄친다고 했는데 어디서 헤엄칠까요? 수영은 액체 속에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자가 들어 있는 정액은 음경에서 질로 정자를 안전하게 운반하고, 점액성분으로 질벽에 찰싹 달라붙어 정자가 몸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게 하며, 그때까지 정자가 살아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전부입니다. 난자까지 정자와 함께 이동하지 않습니다. 일단 사정된 이후부터 질과 자궁 속에서 정자는 정액과 무관하게 홀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과 자궁은 액체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던 정자의 ‘헤엄치는’ 이미지는 과장된 것입니다.

조선일보 2012년 5월 기사에는, 영국 버밍엄대와 워릭대 공동연구팀이 ‘정자는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낮은 포복을 하는 것이다.’라고 발표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끈끈한 용액을 가득 채운 관에 정자를 넣고는, 정자가 관의 중심부에서 힘차게 헤엄쳐 나가는 장면을 상상한 연구팀은 들어가자마자 관의 벽으로 몰려들어 벽을 따라 움직이는 정자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질에 사정된 이후의 정자는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끈끈한 점액질로 코팅된 질벽과 자궁벽을 따라 난자를 향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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