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시간

에릭슨 0 08.26 14:05

화장실 퀵 섹스 경험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확실히 내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술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들의 눈을 피해 나와 남자친구는 끊임없이 서로의 허벅지와 엉덩이 바로 위를 손가락으로 지분거렸다. 어깨를 비비고, 발가락으로 남친의 종아리를 아래에서 위로 긁어 올렸다. 성적인 암시를 가득 담아서. 급기야 남친이 중지로 나의 청바지 지퍼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는 시선은 앞을 향한 채 중지로 다시 자신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육안으로 봐도 살짝 부풀어 오른 게 보였다. 불편한 화장실에서의 5분이 채 안 되는 삽입에 비하면 거의 몇 십 분에 이르는 동안 서로를 유혹했다. 일종의 전희인 셈.

 

리서치에 따르면 여성이 흥분에서 오르가슴에 이르기까지 평균 2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가 남자의 페니스가 일어나는 타이밍에 맞춰 늘 함께 흥분하지는 않았던 것을 미루어 보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연구결과다. 그런가 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데 훨씬 오랜 자극이 필요하다는, 통념을 깨는 연구결과도 있다. 캐나다 맥길 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에로틱한 영화와 그림을 본 뒤 성적으로 최고조의 흥분에 오르는 데 남녀 모두 1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북미의 섹스 테라피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삽입 시간이 1~2분은 너무 짧고, 3~7분은 오케이, 30분 이상은 너무 길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하튼 10분과 20분 사이는 어디까지나 표본이 되는 섹스 타임이지 절대 진리는 아니다. 전희나 피스톤 운동에 필요한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고, 잠자리 환경에 맞추어 체감시간차도 크다. 나는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때 내 방에서 남자친구와 섹스를 한 적도 있다. 시작은 키스였다. 그 아이의 손이 가슴으로 오고, 내 손이 그의 성기에 닿고 그렇게 오럴섹스로 이어졌다. 내 방 창문은 베란다와 연결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부모님이 베란다로 나오시면 곤란하니 창문의 커튼을 다 내리고 책상의 스탠드 불만 켜놓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두더지처럼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우리는 하의를 벗고 있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급하게 섹스를 했다. 마치 1시간은 넘게 걸린 듯 인터코스가 엄청 길게 느껴졌지만 나중에 시계를 확인해 보니 3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긴장감이 넘치는 상황에서 엄청나게 몰입하면 3분도 1시간처럼 느껴진다. 나중에 방안에 가득 한 정액 냄새를 빼느라 방향제를 비처럼 뿌려대며 법석을 떨었지만 그 시절의 ‘3분’이 피 끓는 젊음의 추억 한 자락으로 남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부모님께 현장을 걸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아…, 나의 상상력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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